생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천이다. 신문하나 읽지 않고 책 한 줄 보지 않지만 그는 늘 확신에 차 있어 남을 비판하고 비난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난 정말 신기하다.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확신으로 넘칠 수 있을까? 사실 신기한 건 하나도 없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만약 공부를 한다면 그런 확신 따위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이렇게 공부하지 않을까? 가장 흔한 경우는 정말 공부가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야 죽지 못해 할 수 없이 했지만 지금은 공부하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속수무책이다.......

걸프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90년 10월, 나이라는 이라크 군인들이 병원에 난입해 수많은 신생아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그녀의 목격담을 보도했고 여론은 무섭게 끓어올랐다. 이는 이라크 공격에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돌아서게 했다. 하지만 당시 모든 매체가 믿고 보도했던 나이라의 증언은 훗날 철저하게 계획된 조작임이 밝혀졌다. 나이라는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으며 이 선전은 세계적인 홍보회사가 오랫동안 기획하고 진행한 일이었다. 오늘날 나이라 사건은 가짜 뉴스의 전형으로 불린다

글 쓰는 직업을 택한 후 난 저녁 생활을 포기했다. 저녁에 지인들과 술을 마시면 후유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도 없고, 다음날은 물론 그 다음날까지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활한지 제법 됐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술을 마시는 즐거움도 있지만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다른 즐거움도 있을 수 있다. 선택의 또 다른 말은 포기이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뭔가를 더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뭔가를 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는 모든 것을 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그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제조건은 우선 덜 좋은 것, 하지 않아도 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는 사람들의 첫 생각이 향후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인가요?라는 질문에 그 사람에 대한 주변 평가의 순서를 A 그룹에서는 “1. 이 사람은 지적입니다. 2. 이 사람은 부지런합니다. 3. 이 사람은 충동적입니다. 4. 이 사람은 비판적입니다. 5. 이 사람은 고집이 셉니다. 6. 이 사람은 질투심이 강합니다.”라고 제시한다. 반면 B 그룹에서는 주변 평가의 순서를 바꿔서 “1. 이 사람은 질투심이 강합니다. 2. 이 사람은 고집이 셉니다. 3. 이 사람은 비판적입니다. 4. 이 사람은 부지런합니다. 5. 이 사람은 지적입니다.”라고 제시를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동일한 사.......

1945년 4월 12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주치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루스벨트의 죽음은 결코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심각한 만성 심장질환인 ‘협심증’을 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협심증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걸리는 질병으로 여겼다. 원인도 약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휴식과 술, 아편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다. 미국에서 심장질환 사망률을 공식적으로 집계한 이래 심장질환 사망률은 20세기 초부터 서서히 증가해 1960년대 말에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심장질환 사망률은 대략 75%가량 극적으로 감소한다.......

지인 중 번잡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다 한다. 일단 모임이 많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주중에는 모든 점심과 저녁 모임이 풀 부킹이다. 바쁠 때는 두 세 탕도 뛴다. 같은 장소를 선정한 다음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니 얘기의 맥도 끊기고 그 사람은 물론 그와 같이 있는 사람까지 정신이 없다. 다니는 곳도 많다. 출장도 많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닌다. 종교 순례에 문화 순례까지 온갖 여행을 다 다닌다.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틈틈이 독서모임,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한다. 문제는 제대로 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인간은.......

우리들의 평범함에 대한 변명을 찾는데 도사다. 예를 들어,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뚱뚱할 때는 ‘괜찮아. 이게 나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라고 말한다. 근데 과연 그럴까? 진실은 뭘까? 힘든 걸 견디지 못하고 성장을 포기한 것이다. 돈을 벌고 싶었지만 벌지 못했고, 살을 빼고 싶었지만 살을 빼지 못한 것이다. 근데 이유가 뭘까? 환경 때문이라고, 아니다. 온갖 이유를 대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일중 하나는 자신을 고상한 희생자 (Noble victim)로 코스프레 하는 것이다. 그게 과연 희생일까? 무엇을 위한 희생일까? 누구를 위해 희생을 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희생이.......

완전 꽂혔다. 내면의 깊은 뜻은 알리 없다.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꽂힌 것이다. 뭐? 평생 일 안 해도 된다고? 진짜? 속으로 생각하며 손바닥만 한 노란색 포스트잇에 옮겨 적고 장롱 문짝에 붙여 두었다. 너무 오랫동안 붙여 두어서 빛이 바래고 접착력이 떨어져 스카치테이프로 다시 붙여 두어서 머릿속에 각인되었나 보다. 누가 한말인지 어디서 본 건지 모르겠다. 검색해 봐도 안 나온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보니 난 그 명언대로 살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집보다 가게가 좋다. 놀 때도 가게에서 논다. 집에 있는 책상보다 가게에 있는 내 책상에 있을 때 집중이 더 잘 된다.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