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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클래퍼를 든 셰프, 스토리가 있는 저녁
지인 소개로, 미슐랭 받았다는 삼청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Aperitifs 이곳은 매번 코스요리의 컨셉이 있는데, 전에 갔을 땐 '별의 향기를 맡다'는 주제로 어린왕자가 나오고 그랬다. 이번엔 영화테마라고 한다. 메뉴와 빵 차림부터가 심상치 않다. 처음엔 영화 매거진에 이 식당이 소개되어 잡지를 디스플레이 해 놓은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그냥 매거진을 차용해 메뉴를 만들었단다.전체 코스가 영화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는데 소개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Amuse Bouche 뉘벨 퀴진 계열의 프렌치 요리에서 셰프가 내는 한턱인 아뮤즈 부시. 그냥 예쁜 애피타이저 같지만, 내면은 다르다. 영화관의 3대요소인 땅콩, 팝콘, 오징어를 재료로 쓰고, 트러플 같은 재료로 프렌치스럽게 해석했다. 여기서 이미 머리를 띵 한대 맞은 느낌. 아뮤즈 부시가 그날 ..추천 -
[비공개] 미학의 뇌
예술은 본능일까요? 일견 쉬워 보이는 명제지만, 조금 깊이 과학적으로 규명하자고 달려들면 막상 쉽지는 않은 이야기입니다. 영유아 때부터 인간은 미술이든 음악에 반응함을 보기 때문입니다. '끼'를 보이거나 즐기는게 느껴지죠. 만일 이게 본능이라치면, 인류는 왜 이런 능력을 진화적으로 보유하고 있을까요. 생존에 도움이 될까요, 아님 다른 능력의 부산물일까요. 이게 딱부러지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인간에게 진짜 예술 본능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게 생존과 번영을 위해 왜 필요했을지 진화심리학적으로 규명해보자는게 신경미학(neuroesthetis)입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The aesthetic brain: How we evolved to desire beauty and enjoy art 좀 쉬운 예부터 가 봅니다. 단맛은 왜 단맛일까요. 이 허망한 질문에도 진화는 작용합니다. 단맛 자..추천 -
[비공개]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
Nikola Tesla is the name of a scientist 니콜라(Nikola)라는, 미국의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차한대팔지않은 신생회사인데도 상장되자마자 잠시 현대차 시총을 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한화에서 초기 투자를 해서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봤다고도 하고, 최근엔 실체없는 사기극이란 소리도 있습니다. 왜 이리 난리 법석일까요. 니콜라가 수소전기 트럭을 만드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수소가 이 난리일까요. 무지의 탓이지만, 솔직히 저 역시 작년까지만해도 수소차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전망도 없었습니다. 막연히, 배터리가 있는데 수소 연료전지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업무상 필요로 약간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고, 뜻밖에 수소전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이 책 덕입니다. 제가 수소전지가 배터..추천 -
[비공개] 크레이지 호르몬
딱딱한 역사책일거라 각오하고샀는데, 알고 보니 재미난 카툰이었다. 만일 이러면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일겁니다. 이 책이 딱 그랬습니다. 일에필요해 공부하려고 읽었는데, 매우재미있었습니다. 문장이 유려해 술술 읽히고, 한눈 팔기 어렵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Aroused 책은 15개 챕터에 걸쳐 성장, 사랑, 식욕, 성 등 인체의 작동을 관장하는 다양한 호르몬을설명합니다. 각 챕터는어떤 인물의 이야기로시작하고, 해당 호르몬과 관련한 과학자나 의사의 분투를 적는 일관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면 어이없는 생각, 황당한 실패, 집요한 노력, 과감한 가설과 끈기 있는 실험 등의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흘러나옵니다.그러면서 해당호르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깊어집니다. 의외로, 책의 일관된 형식이 주는 미덕이 있습니다. 주변에 ..추천 -
[비공개] 하버드 사랑학 수업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이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법, 튕기며 시간 끄는 법,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등 여러 '초식'이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도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The case for falling in love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리가 ..추천 -
[비공개] 뇌는 춤추고 싶다
연초에 뜻한 바 있어, 습관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저답지 않은 일, 가장 미친 생각(craziest idea)을 하나 실행하자 해서 스윙 댄스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댄스 교습을 오가며 귀찮음을 이기고 힘을 내기 위해읽던 책입니다. Tanzen ist die beste medizin 춤추는 신경과학자 둘이 함께 쓴, 이 책은 여러 모로 독특합니다. 고대 인류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을 춤을, 현대과학의 정수인 뇌과학으로 해부합니다. 춤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서, 건강, 노화, 사회생활 면에서 꼼꼼히 훑습니다. 춤추며 몸 움직이면 좋으리라 대략 짐작 가지만,과학적으로 왜 그런지 알게 되고이런 작용도 있구나 새로 깨닫기도 합니다. 예컨대 춤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건자명합니다. 그러나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이..추천 -
[비공개] 승려와 수수께끼
제 정체성 중 하나는 엔젤투자자입니다. 그래서 부트업 단계나 초기의 스타트업과도대화가 많습니다. 근사한 사업계획과 열정 넘치는 프리젠테이션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대개 그렇듯사업설명의 대화가 투자까지 이어지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의외로 아이템에 대해 많은 가중치를 두지 않게 됩니다. 시장의 가능성과 팀, 특히 창업자가 중요하지요. 이렇게 말하면 창업자의 불같은 추진력이 중요하겠구나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꽤 그럴 듯해도,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아이템이 나빠서가 아니라 CEO를 더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입니다. 창업자가 실력과실행력은 당연히 있다 해도, 자신감과 허황됨, 야망과 현실감 사이 밸런스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추천 -
[비공개]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무지개가 있습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난 저중에서 빨간색이 제일 좋아." 있을법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누군가는 말합니다. "빨간색만이 무지개의 정답이야. 주-노-초는 틀렸고, 파-남-보는 천박해." 좀 의아합니다. 요즘 책 쓰는 진입장벽이 없다시피 낮습니다.그래도 책으로 엮을 정도의 글이면 저자가 해당 분야에 일정 부분 경륜이나 식견이 있고, 책 부피만큼의 다채로움 정도는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기대의 배반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인문학으로 바라본 여행'이라는 컨셉은 말라가는 한국의 독자 커뮤니티에 막바로 소구하는 주요 키워드를 잘 골랐고, 좋은 조합이기도 합니다. 실제 책은 어떨까요. 그냥 책의 몇부분만 인용하겠습니다. "사랑을 얻으리라는 보장을 믿던 청년들은 이제 여행을 믿게 되었다." "저곳의 이미지에 사로잡히..추천 -
[비공개] 연결하는 인간
실리콘 밸리에 취업하는 방법은?정답: 실리콘 밸리로 이사가라.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의 이력은 그야말로 다채롭고 경이스럽습니다. 하버드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월드뱅크에 들어갔고, 이후 인도에서 빈곤퇴치 일을 합니다. 이후 맥킨지에 잠시 일하다 워싱턴 정계에 입문 비서로 정책을 다룹니다. 다시 밸리로 넘어와 구글에서 광고부문의 막대한 사업을 일군 후, 페이스북에서 최고 운영 책임자가 되지요. 능력도 뛰어나지만 경력의 스펙트럼이 상상을 초월하게 넓습니다. 하지만 한발 가까이 들여다보면 뜬금 없어 보이는 경력상의 점과 점을 잇는 사람이 있습니다. 월드뱅크에서 함께 일했던래리 서머스를 따라 워싱턴에 갔고, 워싱턴에서 근무할 때 알던 구글의 에릭 슈미츠의 조언을 새겨듣고 밸리로 갑니다. 결국 기회는 사람..추천 -
[비공개] 리부트
누구나한켠은 외롭지만, 그럼에도 가장 외로운 직업 중 하나는 사장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니 CEO니 금빛 찬란한 휘장을 떼고 사장.망망대해 위 조각배의 선장같은 묵직한 책임과 불확실성의 심연을 오가는 직업이지요. 남들이 다 잘한다고 칭찬할 때 실상 내면은 죽어가고 있기 십상이구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제 일의 특성 상, 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고독과 고통의 지점까지 같이 내려갔다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떨 때는 그 여정에 드는 시간보다도, 공감에서 유발되는감정의소모가 크지만 혹시라도 대화와 지지가 도움이 될까 어깨를 내주는 편입니다. Reboot 그런면에서 '실리콘 밸리의 요다'로 불리우며 스타트업 대표의 영적인 스승, 심리치료사 역할을 하는 제리 콜로나의 이 책을, 저는 많은 궁금증으로읽게 되었습..추천